2017.10.26 권원오 교수 특강 〈어떻게 살 것인가?〉

퇴계 경사상 · 새옹지마 · 빛나는 성벽 · 안동인의 정체성

2026年 09月 11日글 · 편집실

안동회관의 하반기 분기회

2017년 10월 26일 목요일, 영가회(회장 김계동)는 안동회관 3층에서 하반기 분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날의 강사는 권원오 교수.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 — 안동의 정체성 확립〉.

5대~6대 회장기에 이어 7대 회장기에도 명사 특강의 자리가 이어진 첫 자리.

1. 인생사는 마음대로 안 된다 — 새옹지마의 한 자락

권 교수는 강의를 한 일화로 열었습니다.

박 교수의 음주측정 — 지옥과 천당을 헤매다

박 교수는 어느 날 고향에서 찾아온 친구들과 집 근처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이고, 그 길에서 한 번도 음주 측정을 한 적이 없었기에 차를 직접 운전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도중에 경찰차가 음주 측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자 술 냄새가 풍기자 차에서 내리라고 한 뒤 음주 측정을 하려는데 — 길 건너편에서 굉음과 함께 큰 사고가 났습니다.

경찰은 황급히 그쪽으로 달려갔고, 박 교수는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인데도 〈이때다〉 하고 차를 몰고 집으로 와 버렸습니다. 단잠이 들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니, 경찰이 박 교수 차를 타고 와서 〈이 차가 선생님 차가 맞느냐?〉고 묻습니다.

박 교수는 술이 취해 자기 차인 줄 알고 경찰차를 타고 온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자기들도 그 일을 잊어버리면 크게 문책을 받기 때문에 〈없는 것으로 하자〉며 돌아갔습니다. 지옥과 천당을 헤맨 한 자리.

중국 변방 노인의 말 — 새옹지마

"어느 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달아나 버렸다. 동네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은 〈글쎄요, 나에게 덕이 될지 손해가 될지 있어 봐야지요〉라고 한다."

"잃어버린 숫말이 암말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동네 사람들이 축하하자 노인은 또 〈글쎄요〉라고 한다."

"8대 독자 아들이 이 순한 암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쳐 절름발이가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은 또 〈글쎄요〉라고 한다."

"수년이 지난 후 북쪽에서 오랑캐가 쳐들어왔다. 동네 청년들은 모두 전쟁에 나가게 되었으나, 이 노인의 아들은 절름발이여서 면제되었다. 이때 전쟁에 나간 청년들이 대부분 전사했다."

권 교수의 한 마디.

"인생사 어떻게 될지, 마음대로 안 됩니다. 그러니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사입니다."

2. 퇴계 선생의 경(敬) 사상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안 들립니다."

조선의 유명한 성리학자 퇴계 선생은 조선 조정에서 79번이나 내려진 부름에도 안동 도산서원에서 학문에 집중한 분.

경(敬)이란 무엇인가

"그가 말한 경(敬) 사상이란 마음과 정신이 맑아야 하며, 그릇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 자신도 존경하고, 남도 존경하는 겸손한 마음에, 맑은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을 바탕으로 한 마음의 집중이 핵심이다. 눈과 입으로 읽기보다 몸과 마음으로 체화하며 자신을 수양한다는 뜻이다."

4단 7정

퇴계 선생의 4단 7정에서, 사단(四端)은 사람의 마음에 들어 있는 도덕적 감정이고, 칠정(七情)은 욕망을 포함한 일반 감정.

사단은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는 맹자의 성선설에 근거를 둔 네 가지.

  1. 측은지심(惻隱之心) — 남의 어려움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
  2. 수오지심(羞惡之心) —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
  3. 사양지심(辭讓之心) —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
  4. 시비지심(是非之心) —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마음

본심과 욕심

"사람의 마음에는 선한 마음인 본심과 악한 마음인 욕심이 공존하는데, 욕심이 들어와 본심을 밀어내고 주인 행세를 하게 되면, 마음이 집중이 안 되고 흔들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인격이 부패되고 성과가 떨어진다."

〈경재잠〉 한 자락

"의관을 바르게 하고 그 시선을 존엄하게 하라. 마음을 가라앉혀 상제(上帝)를 마주 모신 듯이 하라. 입을 다물기를 병마개 막듯이 하고, 잡생각 막기를 성문 지키듯이 하라. 성실하고 공경하여 감히 잠시도 경솔하게 하지 마라. 서쪽으로 간다 하고 동쪽으로 가지 말며, 북쪽으로 간다 하고 남쪽으로 가지 마라. 일을 당하면 거기에만 마음을 두고 다른 데로 옮기지 않게 하라. 두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두 갈래로 나누지 말고, 세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세 갈래로 나누지 마라."

— 《경재잠(敬齋箴)》 중에서

3. 심보를 바르게 — 〈빛나는 성벽〉의 두 줄 글

어느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끝내고 질문을 받는 시간에 한 할머니의 질문.

"그놈의 인간 없으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결혼을 했는데, 38년을 살고 보니 지금은 그놈의 인간 때문에 도저히 살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아요?"

권 교수의 대답.

"그놈의 인간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할머니의 마음을 바꾸어 보라."

델마 톰슨의 〈빛나는 성벽〉

《빛나는 성벽》을 쓴 델마 톰슨(Delma Thompson) 부인은 뉴욕에 살고 있었습니다.

전쟁 중이라 캘리포니아 사막 근처의 육군 훈련소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사막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조그마하고 초라한 움막집 생활.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으로 모래가 음식에 섞이고 잠도 편하게 잘 수 없을 정도. 무더위 속에 이야기 상대는 멕시코인 아니면 인디언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부모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런 곳에서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서 사는 것이 더 좋겠어요."

며칠 후 도착한 아버지의 회답 — 두 줄의 글.

"두 사나이가 감옥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진흙탕 물을 보았고, 또 한 사람은 하늘에 별을 보았다."

그녀를 변화시킨 두 줄

그녀는 이 글을 수차례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더 좋은 점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별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멕시코인과 인디언들은 따뜻한 친구가 되었고, 선인장과 난초를 기르고 사막의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고, 바다를 거닐며 조개껍데기를 모으기도 하고, 기묘한 자연을 벗 삼아 재미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녁엔 남편과 사랑을 속삭이는 행복한 나날.

"사막도 그대로이고 인디언도 변하지 않았다. 바로 그녀 자신의 마음이 변한 것이고, 그녀의 정신이 변한 것이다. 부정적인 진흙탕 물을 보지 않고 긍정적인 별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동안 보아 온 자연을 소재로 《빛나는 성벽》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권 교수의 한 매듭.

"시작도 하기 전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열정이 넘치고, 결국 모든 일의 승패는 본인의 긍정적인 의지, 마음에 달렸다."

4. 정체성 확립 — 안동인이라는 자리

권 교수가 이날 강의의 한 매듭으로 짚은 것은 정체성 확립.

한국인의 열등감

"우리 한국 사람은 열등감이 심한 편이다. 내 집보다 큰 평수,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차, 명품 옷, 더 좋은 직장인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나 자신보다 남의 강점을 부러워하고 시기 질투하면서 피곤해 한다. 서양인을 높이 보며 스스로 위축되고 있다."

정체성이란

"정체성이란 존재로의 본질을 깨닫는 특질이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유지되는 기준, 가치관, 사고의 틀이라 할 수 있다."

"정체성의 출발은 〈나〉에게서 시작된다. 내가 나를 알고 나를 좋아하면, 내가 소중해지고 나에게 관심이 더 많아지고 나를 더 좋은 〈나〉로 가꾸고 싶어진다."

안동인의 정체성

"안동은 역사적으로 보아도 정체성 확립이 분명하였다. 견훤군에 쫓긴 고려 왕건을 도와 삼태사 중심으로 고려 건국을 도왔으며, 조선시대 의병을 일으키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가 나왔다. 선비의 고장인 안동인의 정신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대단한 위기에 처해 있다. 바깥에서 우리를 옛날 생각하며 깔보고 있다. 사드 문제도 그렇다. 중국은 자기네는 핵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이 핵을 만든 것은 제재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이 어떠한 행동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무례를 넘는 황당한 일이다. 더욱 문제는 바깥에서 우리에게 달려들면 우리는 한마음으로 단결하여 막아야 하는데…"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지키기

"이제부터라도 우리말을 지키고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전통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꾸며, 외국 문화를 수입하되 우리 문화와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다."

"우리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목표를 세워서 바른 자아를 형성하도록 노력하자."

한 시간의 한 매듭

새옹지마의 한 자락에서 시작해, 퇴계의 경(敬), 〈빛나는 성벽〉의 두 줄, 그리고 안동인의 정체성으로 매듭한 권 교수의 한 시간 — 7대 회장기 첫 명사 특강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자긍심을 다시 짚는 자리로 차려졌습니다.

출처: 《영가회 40년사》 294~301쪽 · 《경재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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