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 날
2015년 10월 23일, 영가회 회원 60여 명이 국내 문화탐방에 나섰습니다. 6대 회장기 첫 국내 탐방.
이날의 자리는 두 흐름으로 짜였습니다. 옛 기차의 낭만과 자연이 어우러진 백두대간 협곡열차, 그리고 단종의 유배지로 알려진 영월 청령포.
백두대간 협곡열차
옛 기차의 낭만과 자연이 한자리에 어우러진 백두대간 협곡열차. 도로 위에서의 짜증을 피할 수 있고, 저마다 승용차를 이용함에 따른 고비용의 낭비적 여행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 그야말로 〈여유〉의 여행이 가능한 한 자리.
철암역 — 자전거와 카셰어링
역의 외관이 독특한 철암역. 역에서는 자전거와 카셰어링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청옥산 자연휴양림, 불영사 등 다양한 자리.
구문소 — 산을 가로지르는 강
철암역 주변의 구문소는 천연기념물 제417호.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1〉에 꼽힐 만큼 유명한 곳.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을 가로지르는 강이 있는 곳으로, 황지에서 시작하는 낙동강 상류가 이곳에 이르러 큰 산을 뚫고 깊은 소(沼)를 이룬다."
구문소 주변에는 고생대 자연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고, 박물관 주변에는 옛 해양생물의 흔적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람의 언덕
태백 매봉산 단지 안 배추밭 정상에 자리한 바람의 언덕. 산과 신선한 공기, 그리고 인심 좋은 사람들로 행복한 시간의 한 자리.
영월 청령포 — 단종의 유배지
영월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청령포(淸泠浦). 섬 아닌 섬 같은 곳입니다.
**서강(西江)**이 삼면을 휘감아 돌아 나가고, 남서쪽 육육봉(陸六峯)은 벼랑 같은 절벽이라 퇴로가 없는 — 그야말로 육지 안의 섬.
배를 타고 건너니, 하나같이 크고 곧은 소나무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위풍당당한 모양을 자랑합니다. 한을 안고 있는 장군들이 한데 어울려 선 듯한 풍경.
관음송 — 600살의 노거수
복판에 선 관음송(觀音松). 높이 30여 m, 600살쯤의 나이를 자신 풍당당한 거목. 나무 아래에 선 순간 물방개처럼 납작해진 자신을 발견한다는 한 회원의 소감.
"관음송인들 풍진 세파를 피할 길 있었으랴만, 하늘 떠받친 기둥처럼 그저 헌칠하고 묵연하다. 둥치 곳곳에 팸질을 입은 건 비바람의 농간이 극심했다는 증명이겠지. 상처 없는 지속이 있는가. 장애 없는 활보가 가능하겠는가. 풍상이 곧 비결임을 암시하는, 저 향기 가득한 노거수!"
단종 — 어린 임금의 한 자리
소년 하나가 숲길을 걸어가는 환상. 관음송 가지 틈새 턱에 걸터앉는 — 누군가? 나이 어린 임금 단종(端宗)입니다. 단종은 여기 청령포 숲에서 유배를 살다가 사약을 받았습니다.
사라진 권좌
"정적(政敵)이 정적을 부리로 찍고 발톱으로 갈겨발겨 피 묻은 권력을 틀어쥐는 게 인간세의 생리."
단종은 악마와 협약을 맺은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탈취당했습니다.
- 1452년 — 12세에 임금이 됨
- 1455년 — 계유정난(癸酉靖難)으로 실권을 장악한 숙부에게 왕위를 넘기고 형식상 상왕(上王)으로 물러남
- 1456년 — 박팽년·하위지·성삼문 등 사육신의 단종 복위 모의가 사전에 누설되며 모두 죽임을 당함
- 1457년 —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 청령포로 유배
야사는 전합니다. 소년 유배객 단종이 저 관음송 가지 턱에 자주 걸터앉아 궁을 그리워했다고. 명민한 준재였다 하니 사념이 깊었을 것. 슬픔이 북받치면 소나무를 붙들고 울고, 바위를 치면서 울고, 강물 가에 웅크려 소쩍새처럼 흐느껴 울었을 것.
울었던 건 단종만이 아니었다지요. 충신들이 문안을 왔다가 핏줄이 떨리게 울었고, 고을의 백성들이 서강 저편에서 절을 하며 울었습니다.
단종의 자취
청령포 솔숲은 비경이지만, 여기에 서린 서러운 역사는 꿈자리 어지러운 구렁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청령포 물가에 놀빛 잠긴다. 붉은 해는 반드시 서쪽으로 지는데, 어린 유배객의 혼령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영월군 남면 광천리 서강변. 소나무 숲속 곳곳에 단종의 유적이 있습니다.
- 단종 어소(端宗御所)
- 영조의 친필을 음각한 비(碑)
- 금표비(禁標碑) — 출입 금지 표시
- 왕방연 시조비
인근의 **장릉(莊陵)**과 **관풍헌(觀風軒)**도 단종 유적. 청령포는 2008년 12월 국가지정 명승 제5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6대 회장기 탐방의 한 흐름
| 해 | 시기 | 탐방지 |
|---|---|---|
| 2015 | 하반기 (국내) | 백두대간 협곡열차 · 영월 청령포 |
| 2015 | 상반기 (해외) | 중국 사천성 — 중경, 양자강 |
매년 두 차례의 정례 탐방으로 짜인 6대 회장기의 자취. 그 첫 국내 탐방이 단종의 한 자리를 거쳐 갔습니다.
출처: 《영가회 40년사》 252~256쪽 · 〈영월 청령포 소나무 숲길〉 (주민욱 프리랜서) 발췌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