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회의 자리
2012년 11월 13일, 프레지던트호텔 브람스홀에서 영가회 하반기 분기회가 마련됐습니다. 이날의 특강 주제는 〈선진한국의 꿈과 현실〉.
강사 — 김경동(金璟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석사
-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 한국사회학회 회장 역임
- 미국 듀크대 · 프랑스 사회과학대학원 초빙교수
-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소장
- 서울대학교 기획실장
- 한국정보사회학회 이사장
저서 — 《현대의 사회학》 《경제성장과 사회변동》 《현대 사회학의 쟁점》 《사회학의 이론과 방법론》 《한국인의 가치관과 사회의식》 《한국사회변동론》 《한국교육의 사회학적 진단과 처방》 《그래도 한국에는 비전이 있다 — 비전의 사회학》 외 다수.
한국인의 자평 vs 외국인의 평가
강의의 첫 화두는 우리 자신을 보는 시선의 비대칭이었습니다.
"한국인에게 한국이 선진국이냐 물으면 대부분 〈아직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외국인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많은 이가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라고 답합니다."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더 잘 되려는 긍정적 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펌하하는 태도로 굳어 있다는 진단.
선진국 문턱의 세 가지 짐
1. 런닝머신론
달려도 계속 제자리에 머무는 런닝머신처럼,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에 8년째 머물러 있습니다. 현재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23개국이 2만에서 3만으로 가는 데 평균 8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이대로면 10~15년이 걸릴 전망.
2. 샌드위치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20주년에 한 말 —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사이, 샌드위치처럼 끼여 있는 대한민국." 많은 기업인의 공감을 얻은 비유.
3. 조로증(早老症)
고속 성장의 모범 국가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빠르게 갔지만, 너무 빨리 나이를 먹어 중년이 되어 버렸다는 진단.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적 리더십만 제대로 갖추면 다시 발전이 가능하다"고 짚었습니다.
갈등공화국
김 교수는 이 정체의 근원을 1970년대 시작한 공업화 · 도시화의 부산물에서 찾았습니다. 생활수준 향상, 가치관 변화,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관계의 복합적 변화 — 그 와중에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집단 이기주의가 자라났습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행복지수 최하위 그룹.
"만나면 편 가르고, 한번 편이 갈리면 무조건 상대를 공격하고 헐뜯습니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기싸움만 만연합니다. 조금도 양보나 타협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을 보기 힘든 한국 — 이것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는 까닭이라는 진단.
해법 — 동방사상에서 길을 찾는다
김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서구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사회 병리의 해법을 동방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방황하는 세계 문명의 해법으로, 선진국이 아닌 선진 문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제언.
선진 문화 사회의 핵심 원리로 김 교수가 든 것은 유교의 인의예악지신(仁義禮樂智信).
- 인의(仁義) — 사회가 성립되고 바로 서는 기초.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 예악(禮樂) — 사회를 바로 세우는 질서. 정연한 질서 속의 화해, 화해 속의 정연한 질서
- 지신(智信) — 지식정보사회의 사회적 자본. 옳고 그름을 가리는 지혜와, 불신의 시대에 사회를 지탱하는 믿음
"20세기는 서구 문명에 의존해 발전해 왔지만, 21세기에는 도덕적인 모범 사회를 건설하는 데 동양의 사회 정서가 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5대 회장기의 명사 특강
이 자리는 5대 회장기 들어 이어진 명사 특강 흐름의 한 자리. 의사(홍영재)에서 시작해 정치학(박세일), 사회학(김경동)으로 — 회원의 시야를 넓히는 자리로 정착해 갔습니다.
출처: 《영가회 40년사》 208~2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