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비를 내며 — 40년의 습관

회원 기고 — 류혁인

2026年 05月 10日글 · 류혁인

처음에는 의무감이었다

처음 영가회에 가입하고 회비를 낼 때는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회원이 됐으니 회비를 내는 것이고, 그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당시 나는 서울살이를 막 시작한 참이었고, 안동과의 연결이 이렇게 의미 있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회비 봉투에 돈을 넣어 총무에게 건네는 행위는, 그 무렵에는 그냥 의무의 이행이었다.

나중에는 습관이 됐다

10년쯤 지났을까. 회비를 내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연초가 되면 자연스럽게 영가회 회비를 챙겼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하는 그런 습관. 그 무렵 나는 영가회 모임에서 만난 인연들이 서울살이에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됐는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 조용히 연락해준 회원, 아무 기대 없이 도움을 내밀었던 자리들. 회비는 그런 관계망을 유지하는 값이었다.

지금은 감사함으로 낸다

회장을 역임하고 원로 회원이 된 지금, 나는 회비를 내는 행위에서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낀다. 감사함이다. 영가회가 없었다면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고향 사람들을 사귀지 못했을 것이다. 해마다 안동을 이야기하고, 고향의 문화를 함께 기억하는 자리가 없었다면, 나의 정체성은 서울에서 녹아버렸을지도 모른다. 회비는 돈이 아니라, 내가 이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증표다. 40년 동안 그 작은 행위를 반복하며 나는 안동 사람이기를 지켜왔다.

출처: 《영가회 40년사》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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