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서울에서 낯익은 말을
서울로 온 지 두 해가 지났을 무렵, 지인의 소개로 영가회 모임에 처음 나갔다. 어떤 단체인지 잘 몰랐고, 크게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소리가 들렸다. 안동 사투리였다. 순간 발이 멈췄다. 서울에서 그런 말투를 들은 것이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됐다. 어릴 적 마당에서 들리던 어른들의 말소리가 그대로 거기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잠시 서 있었다.
이름으로 이어지는 인연
자리에 앉아 소개를 주고받다 보니, 이름이 낯익었다.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 근처 집안 이름, 안동에서 어른들이 오가던 인사말 속에 들어 있던 이름들이 서울에서 나타났다.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름만으로도 어딘가 이어져 있다는 감각이 왔다. 안동은 그런 곳이다.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어느 집안 사람인지, 어느 마을과 연이 닿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곳. 서울 한복판에서 그 감각이 살아 있었다.
닻이 된 영가회
그날 이후 영가회는 내 서울살이에서 닻 같은 곳이 됐다. 모임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해도 있었고, 사정이 생겨 연락이 뜸한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영가회는 거기 있었다. 가입 회비를 내고 이름이 명부에 올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딘가에 발이 묶여 있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서울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그 닻을, 처음 참석하던 날 그 안동 사투리 한 마디가 만들어주었다.
출처: 《영가회 40년사》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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