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가는 길

회원 기고 — 이양숙

2026年 05月 10日글 · 이양숙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명절이 다가오면 나는 이상하게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뜬다. 정확히는 들뜬다기보다 들숲해진다고 해야 할까. 무언가 풀리지 않던 것이 서서히 놓이는 감각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 분기점을 지나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 때부터 풍경이 달라진다. 산이 가까워지고 하늘이 더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안동 IC를 빠져나올 때면 공기가 다르다. 서울에서는 맡을 수 없는, 낮은 곳에 깔린 흙냄새 같은 것이 차창 틈으로 스며든다. 이 냄새를 맡는 순간, 몸이 먼저 알아챈다. 집에 왔다고.

어머니의 얼굴

대문 앞에 차를 세우기도 전에 어머니가 마당에 나와 계신다. 언제 오는지 어떻게 아시는지, 언제나 그렇다. 서울에 있는 동안 나는 어머니 얼굴을 자주 잊어버린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전화통화로 목소리만 남는다. 그러다가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아 이렇게 생기셨구나, 하는 낯선 감각이 스친다. 세월이 얼굴 위에 새긴 것들을 명절 때마다 새로 읽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이틀이나 사흘을 머물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나는 늘 한동안 말이 없다. 차가 고속도로에 오르고, 안동의 풍경이 백미러에서 사라질 때까지. 영가회에 처음 나갔을 때 누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가 모이는 이유는, 서울에서도 안동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 말이 안동 가는 길에서, 오는 길에서, 해마다 새로운 무게로 다가온다.

출처: 《영가회 40년사》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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