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브랜드 가치는?

회원 기고 — 김휘동

2026年 05月 13日글 · 김휘동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이 슬로건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안동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갈렸다. 자랑스럽다는 쪽과, 너무 거창한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이 슬로건이 안동에 가져온 가치는 무엇인가를 차분히 되돌아본다.

슬로건이 만든 변화

이 슬로건은 안동을 외부에 알리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한국에서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강한 정체성을 내세운 도시는 안동이 유일하다. 이 단호한 자기 선언이 다른 도시들과 안동을 또렷이 구분짓는 표지가 되었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갔을 때 안동에서 왔다고 하면 "정신문화의 수도네요" 라는 반응을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슬로건이 만든 인지의 자리가 그렇다. 단순히 농산물의 산지나 관광지가 아니라, 무언가 무게가 있는 곳으로 안동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슬로건만으로는

그러나 슬로건이 만든 인지가 곧 실질적 가치로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외부 사람들이 안동을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인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안동에 어떤 구체적 이익으로 돌아오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브랜드는 단지 이름이 아니다. 그 이름 뒤에 실제 가치가 받쳐주어야 한다.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이름이 의미를 가지려면, 안동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학문이든, 예의든, 옛 건축이든, 살아 있는 전통이든.

무엇이 받쳐주고 있는가

다행히 안동에는 이 슬로건을 받쳐줄 자산이 적지 않다.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하회마을, 임청각, 그리고 수많은 종갓집과 학문의 자취들. 한 도시에 이만한 정신문화의 자산이 모여 있는 곳은 한국에서 안동을 빼면 찾기 어렵다.

문제는 이 자산을 어떻게 살아 있는 가치로 만들 것인가다. 박물관 속의 유물로만 보존한다면 그것은 죽은 정신문화가 된다. 살아 있는 정신문화가 되려면,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

영가회의 역할

이 지점에서 영가회의 역할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서울에 흩어져 사는 안동인들이 자기 삶에서 안동의 정신문화를 어떻게 살려가고 있는지가, 곧 안동 브랜드의 살아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이끄는 안동인이 회사 운영에 어떻게 안동의 윤리를 적용하는지, 학자가 학문하는 자세에 어떻게 선비의 태도를 담아내는지, 공직자가 일을 처리할 때 어떤 원칙을 지키는지 — 이런 일상의 단면들이 안동 브랜드를 만든다.

다음 세대의 안동

다음 세대에게 안동의 브랜드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가 우리의 숙제다. 학교에서 한자 몇 자 외우게 한다고 정신문화가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이 자기 삶 속에서 그 정신을 보여줄 때, 비로소 다음 세대가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영가회 40년사를 펴내는 일도 결국 이런 작업의 일환이다. 안동 정신문화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정신임을 우리 회원들의 글과 자취로 증명해두는 작업.

브랜드의 진짜 가치는 광고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안동의 브랜드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믿는다.

출처: 《영가회 40년사》 399–403쪽 (회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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